'세계 6위' 이끈 U17 女배구 이승여 감독 "한국 배구 위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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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으로 선수층 얇아졌지만 신체 조건과 기량, 훈련 환경 좋아져"
"좋은 유망주 많아…포기 안 하고 성장하도록 어른들이 이끌어야"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국 스포츠 위기설은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체육 활동을 등한시하는 사회 분위기 등이 맞물리면서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전망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지도자가 있다.
2026 국제배구연맹(FIVB) 17세 이하(U-17) 여자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중·고교 선수들로 구성된 한국 U-17 여자배구대표팀을 6위로 이끈 이승여(금천중) 감독이다.
이승여 감독은 17일(한국시간)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경기, 이탈리아와 5-6위 순위 결정전을 마친 뒤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배구의 장래가 밝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며 "한국 여자 배구는 곧 제2의 전성기를 맞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지난해 열린 U-16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일본과 대만을 연거푸 꺾고 정상에 등극해 U-17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그리고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조별리그 5경기를 모두 승리해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고, 필리핀과 16강에서 세트 점수 3-0 완승하며 8강에 올랐다.
8강에서는 유럽의 강호 튀르키예에 1-3으로 아쉽게 역전패하면서 메달 도전이 좌절됐고, 이날 이탈리아에 1-3으로 패해 최종 6위로 대회를 마쳤다.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여자배구의 가능성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한 성과였다.
현재 남녀 성인 대표팀은 세계선수권 등 국제무대는 물론, 아시아 무대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전통적인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뿐 아니라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도 고전하는 모습이다.
반면 U-17 여자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세계 강호들과 대등하게 맞섰다.
튀르키예와 8강에서 1세트를 먼저 따냈고, 2세트에서도 듀스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비록 역전패했지만, 튀르키예와 실력 차가 크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5-6위 결정전 상대인 이탈리아 역시 조별리그에서는 3-1로 꺾었다.
이승여 감독은 "우리는 유럽팀들과 비교하면 신장에서 열세지만 빠른 플레이로 대응했다"며 "조별리그에서 이 작전이 통하면서 좋은 결과를 냈는데, 튀르키예와 8강에선 선수들이 많이 긴장한 탓에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고 돌아봤다.
이어 "우리는 충분히 튀르키예를 넘어 더 높은 곳까지 갈 수 있었다"며 "선수들이 이번 대회 경험을 발판 삼아 더 성장한다면, 시니어 국제대회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감독은 한국 여자 배구의 위기론과 저변 문제에 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2012년부터 금천중 배구부를 지도한 이승여 감독은 "저출산으로 한국 학원 스포츠 선수층이 얇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 때문에 한국 배구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것은 편견"이라며 "선수들의 신체조건과 경기력, 훈련 환경은 예전과 비교했을 때 매우 좋아졌다. 훈련 방식과 체계적인 준비 과정을 갖춘다면 한국 배구는 국제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장 중요한 것은 멘털"이라며 "현재 중고교 학생 선수들이 밝고 활발하게 운동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자신감을 키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 10대 선수들이 스피드와 리시브를 보완한다면 한국 여자배구의 전성기는 머지않아 다시 열릴 수 있다"며 "현재 중·고교엔 좋은 선수들이 많다. 우리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성인 무대로 잘 흡수될 수 있도록 어른들이 좀 더 힘을 합쳐 좋은 길을 닦아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승여 감독은 실업배구 미도파 선수 출신으로 부상이 겹치면서 24세의 젊은 나이에 은퇴했다.
이후 세 아이를 키우며 배구와 거리를 뒀던 이 감독은 2012년 금천중 배구부 창단 감독을 맡으며 코트에 돌아왔다.
이 감독은 대표팀 선수들에게 '엄마' 같은 존재다.
U-17 대표팀 간판 공격수 손서연(선명여고)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승여 감독님은 우리가 느슨해질 때마다 따끔한 말씀을 해주시면서도 우리가 밝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며 "이번 대회 기간에서도 누룽지탕, 젓갈 등 여러 음식을 직접 해주셨다"고 말했다.
한국 배구의 밝은 미래를 그린 U-17 대표팀은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