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신고라 각하했다는 스포츠윤리센터, 김병지 7개월간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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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조사 기간 120일 넘겨서까지 조사하고도 각하
조사실장 "익명으로 신고했다면 결론 냈을 것"
(서울=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30일 국회에서 열릴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 출석하기 위해 본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6.7.30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스포츠윤리센터가 이른바 '셀프 신고'를 한 김병지 프로축구 강원FC 대표에 대해 반년 넘게 조사하고도 '각하'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스포츠윤리센터는 지난해 12월 3일 김 대표의 지위를 '신고인'에서 '피신고인'으로 전환하고 인지 조사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조사 대상 사건은 김 대표가 자기 아들이 일하는 특정 에이전시에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에이전시에 소속된 선수들을 해당 에이전시로 옮기도록 안내하고, 입단 계약과 함께 과도한 수수료를 해당 에이전시에 지급하는 등 비리가 있었다는 한 언론사 보도가 나오자 결백을 주장하던 김 대표가 스포츠윤리센터에 자신을 조사해달라며 직접 신고한 것이다.
사건을 담당한 조사관은 김 대표가 스스로를 신고했다고 하더라도 '조사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미 보도 등을 통해 제기된 비리 의혹이 충분히 조사할 만한 내용이라고 본 것이다.
이 판단은 조사관의 자의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다.
조사관은 김 대표의 신분을 피신고인으로 전환하고 '인지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내부 보고를 올렸다.
스포츠윤리센터가 비리 혐의점을 파악했으므로 조사에 들어간다는 의미였다. 김 대표는 자신의 신분이 피신고인으로 전환됐다는 통보도 받았다.
조사실장의 지휘 아래 담당 조사관은 장장 7개월에 걸쳐 조사했다.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는 착수하고서 90일 안에 끝내도록 국민체육진흥법 시행규칙에 정해져 있다.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땐 30일에 한해 처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조사관은 규정에 정해진 기한을 어기면서까지 사건을 조사했다. 김 대표 재임 기간 구단이 영입한 선수를 전수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구단 내부 자료도 확보했다.
스타 축구인 출신이며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 대표가 중심에 있는 사건이라 많은 축구 팬들이 조사 결과를 기다렸다.
하지만 조사 결과는 세상에 알려지지 못했다. 조사보고서를 올리자 징계 여부를 결정하는 스포츠윤리센터 심의위원회가 '각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스포츠윤리센터 심의위원회는 지난 6월 "이 사건 신고 취지 관련, 신고인 본인을 피신고인으로 한 이 사건 신고는 국민체육진흥법 제18조의 4 및 관련 규정에 정한 스포츠윤리센터 조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므로 이 사건 신고를 각하한다"고 의결했다.
김 대표가 스스로를 신고한 점에 흠결이 있다는 심의위 판단은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신고자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체육계 인권침해나 비리와 관련한 것이라면 누구나 신고할 수 있다는 게 국민체육진흥법 규정이다.
스포츠윤리센터 윤모 조사실장은 '만약 김 대표가 익명으로 자신을 신고했다면 심의위 결과가 달랐겠느냐'는 연합뉴스의 물음에 "(김 대표가) 다른 절차나 다른 형식을 갖췄다면 각하가 되지 않고 (심의위가) 어떤 결론을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익명'으로 스스로를 신고했다면, 심의위가 조사관의 조사보고서를 토대로 징계를 주든 기각하든 결론을 냈을 거라는 얘기다.
'익명 신고'를 허용하는 것은 신원을 보호를 위해서라는 상식과는 동떨어진 해명이다.
김 대표가 스스로를 신고한 게 각하 이유라는 심의위 판단이 옳다고 하더라도 스포츠윤리센터가 7개월 동안이나 행정력을 낭비했다는 문제는 남는다.
김 대표가 스스로를 신고했다는 점은 뒤늦게 드러난 건 아니다. 김 대표는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스포츠윤리센터에 자신을 스스로 신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당시 언론 보도에도 이런 내용이 담겼다.
윤 조사실장은 "본인이 본인을 신고한 사건이라 조사관 입장에서 확보할 수 있는 자료가 어디까지인지 한계가 있었을 수 있다"면서 "여러 가지를 확인하다 보면 (조사) 시간이 좀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이다. 문체부 주도로 만들어진 K-축구혁신위원회는 대한축구협회장 회장 선거 개혁 등 축구계 거버넌스 개혁을 사실상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엘리트 축구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된다.
김 대표는 "나에 대한 의혹을 밝히고자 스포츠윤리센터에 나에 대한 조사가 가능하냐고 문의했고, 가능하다는 답이 와서 조사받았는데, 내가 조사를 받지도 않았다는 보도까지 나가고 있다"면서 "스포츠윤리센터에 정보 공개를 청구했으며 가감 없이 모든 조사 자료를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담당 조사관이 김 대표에 대해 기각, 징계 중에서 어떤 의견으로 조사보고서를 올렸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윤 조사실장은 조사보고서의 의견이 '기각'이었느냐는 질문에 "(조사관 의견은) 중간 과정이어서 말해줄 수 없다. 심의위 결정만 말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